가계부 쓰는 법
가계부는 세 번 실패했다. 처음엔 앱 다운받고 열심히 쓰다가 2주 만에 귀찮아서 관뒀다.
두 번째는 엑셀로 만들어봤는데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하루 만에 포기했다.
세 번째는 그냥 메모장에 숫자만 적다가 어느 순간 안 쓰고 있었다.
그러다 방식을 완전히 바꿨더니 지금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뭘 바꿨는지 정리해봤다.

왜 가계부가 필요한가
돈이 어디 나가는지 모르면 아낄 수가 없다. 이게 핵심이다.
매달 카드값이 나오면 깜짝 놀라면서 이게 왜 이렇게 많지 싶은 경험이 있을 거다. 가계부를 쓰면 어디서 새는지 눈에 보인다.
나는 가계부를 시작하고 나서 배달앱에 한 달에 20만 원 넘게 쓰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냥 쓸 때는 몰랐는데 숫자로 보니까 줄이고 싶어졌다. 억지로 줄이려 한 게 아니라 숫자가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된 거다.
실패했던 이유
너무 꼼꼼하게 쓰려 했던 게 문제였다.
영수증 보관하고, 카테고리 세분화하고, 매일 입력하려다 보니 부담이 됐다.
하루 빠지면 밀리고, 밀리면 하기 싫어지고, 결국 포기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가계부의 목적은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걸 뒤늦게 깨달았다.
완벽하게 쓰려다가 아예 안 쓰게 되는 것보다 허술해도 꾸준히 쓰는 게 훨씬 낫다.
지금 쓰는 방법
카테고리 소분류
카테고리를 딱 네 가지로만 나눈다. 고정비, 식비, 생활비, 기타. 그 이상 세분화하지 않는다.
교통비가 생활비인지 기타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무 데나 넣으면 된다. 카테고리 고민하다 시간 쓰는 게 가장 비효율적이었다.
입력 기간
매일 쓰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저녁에 한꺼번에 정리한다. 카드 앱에서 지난 일주일 지출 내역을 보면서 네 가지 카테고리에 숫자만 넣는다. 10분이면 끝난다.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을 없애니까 훨씬 오래 지속됐다.
나에게 맞는 앱 사용
앱은 뱅크샐러드나 토스를 쓰면 카드 지출이 자동으로 모인다. 직접 입력할 게 거의 없다. 현금 지출만 따로 적으면 된다. 현금을 거의 안 쓰는 편이라 사실상 앱이 다 해준다.
러프한 예산 관리
월초에 예산을 먼저 정한다. 이번 달 식비 30만 원, 생활비 20만 원 식으로. 그리고 주마다 얼마 썼는지만 확인한다. 예산 대비 얼마 남았는지가 보이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조절된다.
처음 한 달 써보니
배달앱 지출이 눈에 보이니까 줄이게 됐다. 의식적으로 노력한 게 아니라 숫자가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됐다.
한 달 만에 식비가 5만 원 줄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1년이면 60만 원이다.
가계부를 쓴다고 바로 돈이 모이는 건 아니다. 근데 내 돈이 어디 가는지 알게 되면 어디서 줄일지가 보인다. 그게 시작이었다.
돈이 안 모이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에게 가계부는 꽤 효과적인 도구다.
앱 추천
뱅크샐러드는 카드 연동하면 지출이 자동으로 분류된다. 카테고리 자동 분류가 생각보다 정확하다.
처음 세팅이 좀 귀찮은데 한 번 해두면 편하다.
토스는 계좌랑 카드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가계부 기능은 단순한 편이지만 쓰기 편하다.
앱 자체가 익숙한 사람이 많아서 진입 장벽이 낮다.
엑셀이나 노션은 본인만의 양식 만들기 좋다. 근데 처음엔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가 두 번째 실패한 이유가 엑셀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 거였다.

어떤 방법이든 오래 지속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완벽한 가계부보다 허술해도 꾸준한 가계부가 낫다.
처음엔 아무 앱이나 골라서 일단 시작해보는 게 맞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면 지출 패턴이 눈에 보인다. 어디서 돈이 새는지 알아야 막을 수 있다.
막연하게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보다 숫자로 보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한 달만 써봐도 내가 뭘 제일 많이 쓰는지 바로 보인다. 가계부는 돈을 모으는 도구가 아니라 내 소비를 보는 거울이다.
재테크 유튜브 보면서 투자 공부도 좋지만, 지금 내 돈이 어디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부터 시작하는 건 순서가 틀린 것 같다.
가계부로 지출부터 파악하는 게 재테크의 진짜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